살면서 생각나는 글

삶과 죽음에 관한 단상

서리풀 김박사 2022. 12. 15. 12:08

2일전 이른 아침 출근길에 핸들 너머 놓인 핸드폰 화면으로 교수님 직속 제자 들이 모인 단톡방에서 핸드폰 창에 뜨는 부고 소식을 어렴풋이 보았습니다.

운전중이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기에 급하게 병원 주차장에 주차를 하면서 보게된 지도 교수님 어머님의 부고소식 약 2년전에 교수님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온 기억이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서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접하니 교수님의 심정은 어떠실지 감히 짐작 조차도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레지던트로 있던 시기 아마도 2003년정도로 생각됩니다. 교수님 어머님 임플란트 수술도 제가 직접 제1조수로 도와드리고 교수님이 레이져로 아버지 검버섯 점도 빼드리며 부모님을 살뜰히 챙겼던 기억이 있었기에 이른 아침 부고 소식은 더욱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저녁 퇴근 후 아내와 검은 정장으로 갈아입고 찾아간 장례식장 저희 부부는 웬만하면 서로의 지인의 장례식장은 같이 가줄려고 신경 쓰고 아내도 교수님과의 몇번의 인연이 있었기에 흔쾌히 같이 동행을 해주었습니다. 유난히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과 찬 바람은 가뜩이나 마음을 더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그렇게 장례식장에 늦은 저녁 도착했을때 교수님은 우리부부를 진심으로 반갑게 맞아 주셨고 하나 둘 모인 제자들에게 어머님의 치매 투병부터 이런저런 일들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제까지는 너무 슬펐지만지금은 괜찮아 지셨단 교수님 말씀이 제 귀에는 더 역설적으로 들렸습니다.

너무 많은 조문객으로 잠깐의 인사 밖에는 나누지 못했지만 슬픔을 억누르고 웃는 모습에서 부모님 두분을 다 여원 큰 슬픈 그림자 같은 암연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주위에서 상이 많았습니다. 내 나이가 이제 그런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주위분들의 장례식장에 다녀오며 11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작은 위로 라도 해주기 위해서 원주까지 내려와준 많은 사람들 그렇게 모인 작은 위로들은 제가 더 큰 슬픔속으로 들어가는 대신에 현실에서도 너를 이렇게 위로해주고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려주었으며 여러 사람들이 내밀어준 작은 정성들이 모여서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어주는 걸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고 서로를 위로해 주며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삶과 죽음이 같이 공존하는 장례식장 에서 또 한번 삶은 죽음과 분리할 수 없으며 생각보다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느낍니다.

근 십오년동안 부모님의 세번의 암투병을 지켜보고 간병하며 뜻하지 않게 병원에서 보았던 수많은 환자분들 단 얼마라도 건강히 살고 싶어 하는 그 분들을 오랬동안 큰 병원에서 지켜보면서 죽음이 우리와 그리 멀지 않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하루에 다섯번 죽음에 대하여 생각한다면 현실에 더 충실할 수 있다는 부탄 속담처럼 죽음이라는 그 명확한 피날레가 우리 인생에 있기에 현재를 더욱더 의미있게 살 수 있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