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모음집

단상(斷想)모음집 5

서리풀 김박사 2023. 10. 5. 14:31


  그림자 (Shadow)



                              一心  김세호



어두운 가을밤
가만히 두눈감아 느린 호흡속 나에게
집중해 본다.

 

창문밖 이른 늦가을 세찬 바람
은행나무 잎사귀가
창문을 스치며 내는 소리마저 
유난스럽게 크게 들리는 이 밤



아주 어릴적 부터 느꼈던 
또 다른
나란 존재를
찰나에 확인한다.

 

가을 볕에 느린걸음 묵묵히 따라오는 
그림자를 유심히 지켜보다
따뜻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를 마주하고



강렬한 태양빛에는
그 누구도 본연의
존재를 숨길수 없으니
그저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건네 본다.
 
 

내가 생각하는 무언가를 그도 같이 느끼고
내 어깨너머에서 모든 걸 다 같이 공감하며
그는 내 두귀너머로
나와 같은 곳을 응시하고 있기에



너란 존재는
나에게 낯선 반가움이자
나의 무분별한 행동과 
지나친 쾌락에 대한 두려움



내가 살아가는 날동안
다시 나를 곧추 세우는
고마운 존재

 

평행선처럼 뻗은
서로의  운명은 영원히 닿을 수 없지만

간혹 어제밤처럼 절절한 침묵이 흐를때
또 너를 기민하게 느끼겠지.
 


나는 너를 양심이라고 이름짓고 부르리
 


나 자신이 부끄럽지 않을때
또 너를 
주저없이 만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