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모음집

경포바다

서리풀 김박사 2023. 11. 1. 15:24

 

원시의  거친 숨결과 검은 파도가 출렁거리는
동해안 강릉 경포바다
 
무엇이든 삼켜버릴것 같은 깊은 바다내음이 머리끝까지 진동하는 경포바다 앞에 마주하면
 
나는 혼란스런  과거와 현재의 복잡한 감정들이 숨멋듯 검은 바닷속으로 사라지며
올곧이 작금의 나와 마주보게 된다.
 
거추장스러운 감정들은 저 깊은 곳으로 보내버리고 바다와 나 단 둘만의 존재를 자각하며
깊고 검은 너울에 두려움이 있지만 그 속은 따뜻함을 알기에 온 마음은 고요해진다. 
 
서쪽으론 대관령  아흔 아홉고개 장엄한 고개의 역사를 묵묵히 아래에서 지켜주며
그 거룩한 정신이 같이 깃들어 있는 경포바다
 
한겨울 바다끝 수평선에는 살을 에이는 극한의 추위에도 바다를 녹이는 불빛을 지닌 오징어배
넘실거리고

이 사나운 바다는 본성을 숨긴채  갓난 아이에게 젖을 내어주는 어미처럼 그들에게 혹한의 날씨에도 삶의 터전을 내어주는 실질적인 숨의 현장
 
청춘 받쳤던 이 곳 강릉 바닷가에서 추억에 젖을려던 순간 바다의 장엄한 광경에 압도되어
과거도 미래도 중요하지 않은 오로지 현재의 나 자신만이 마주할 수 있는 이곳
 
기나긴 세월동안 나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던 경포바다는
오랜만에 마주한 나에게 무언가를 은밀히 속삭인다.
나는 그 곳에 집중한다. 
 
살을 여미는 차가운 바람과 소금 냄새 진동하는 파도소리 이 모든 감촉들은 나를 열렬히 반겨주고 있었다.
나는 문뜩 든 반가움에 눈가에는 눈물이 고인다. 눈가가 뜨거워진다.
정말 그리웠다고 .. 보고싶었다고.....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내 너를 다시 마주했들때 나의 발가벗겨진 모습의 일부가 부끄럽고 수치스럽겠지만

열심히 다시 살고 또 살아져서 온전히 너의 앞에 다시 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께 
 
경포바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