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풀 김박사 2024. 7. 9. 12:44

 

출근길 목욕탕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어제내린 비로 제법 습기 가득한 주차장 내부로 차문을 열고 한발짝 내딪습니다.

요즘은 차안과 밖의 온도와 습도 차이가 심해져서 약간의 불쾌감과 짜증 그 사이의 감정을 가지고 차문에서 내립니다. 하늘은 비가 곧 내릴기세라 그저 겁을 주려고 그러는지 옅은 검정의 색깔을 머금은 구름떼가 온 하늘을 뒤덮고 있습니다. 한 손에 행여 기습 소나기에 대비하려고 조금은 색상이 조잡한 간이 우산을 들고 출근길을 대비합니다.
 
그렇게 건물 이면에 있는 폭이 좁은 도로를 건너 비상약과 우유를 사기위해 편의점에 들립니다. 아침에 급히 나오느라 식사를 대충해서 제가 좋아하는 기존 우유의 두배크기의 딸기 우유를 선뜻 잡고 마음 같아선 다른 김밥류도 먹고 싶지만 오늘따라 막히는 구간이 많아서 출근길이 지체되어  여유롭게 아침을 먹을 시간을 허락해 주질 않아서 조금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렇게 편의점 문을 열고 나오는데 저의 시선이 아주 강렬하게 무언가에 이끌립니다. 평상시에는 눈여겨 보지 않던 저의 병원 건물의 뒤편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출근이 늦어서 시간이 임박했지만 저의 눈을 이끈건 유디치과 라고 적힌 빛바랜 썬팅이었습니다. 아마도 16년전 처음 병원이 오픈할때 뒤편 유리창에 만들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곳에는 병원 이름과 병원의 전화번호가 적혀 있습니다.

허름한 고층 건물들 사이에 있고 전신주와 전기줄등으로 가려져 있어 평상시에는 잘 들어오지 않던 모습이 오늘따라 강렬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글자마다 세월의 흔적이 가지듯 가장자리가 마모가 되어 이가빠진 유리잔처럼 그렇게 글자의 외형만 유지한채 빛이 바랜채로 오랜세월 남겨져 있었습니다.
 
유리창 안쪽으로는 제법 조도가 높은 등 아래로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창문밖에 보이는 그림자는 아마도 병원 이모님으로 생각됩니다. 그외에 몇 명이 창너머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원장실 쪽을 향합니다. 제방 옆에 있는 실장님 방에서도 뭔가 분주한 사람의 움직임이 보입니다. 아마도 실장님이 아침 진료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역사를 간직한 뒤편의 낡은 벽면과 그위의 빛바랜  낡은 썬팅지 하늘은 평소보다 어둡고 태양은 구름에 가리워져서 조금 어둡게 느껴지는 오늘 아침 밖이 어두워서 그런지 창안으로  들여다 보이는 조명등은  대조적으로 현재를 비춰주는 느낌입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속에서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직원들을  잠깐 보았습니다. 
 
얼마전 제가 현재병원을 인수한지 2주년이라 16년이 지나는 동안 여러번의 부분공사로 색깔이 바랬던 바닥은 기존의 것은 그래로 둔채 새바닥으로 완전히 교체하였습니다. 이렇듯 눈에 보이던 부분들은 세월에 걸맞게 교체 되었지만 아무래도 관심이 덜한 병원 후면은 16년의 세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 
 
무심결에 올려다본 건물 뒷편 유리창으로 하여금 우리는 16년전의  병원의 역사의 일부가 아직도 창하나를 사이에 두고 같이 공존해 있음을 우연히 자각하는 하루 입니다.

이렇듯 저는  그렇게 과거와 같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과거와 떼어낼 수 없게 현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30년전부터 가장 친한 친구와 20년전 같은 공간에서 수련을 담당해 주셨던 고마운 은사님을 같이 찾아 뵙는 시간을 가졌으며 10년전 결성된 현재 가장 친하게 지내는 골프 모임의 선생님들과 지난주 자정 무렵까지 모임을 하였으며 7년전 외과 원장시절 우연히 만났지만  원장님과 현재는 다른 공간에 존재하지만  몇 일전 퇴근 무렵 병원 경영의 일종의 공통의 어려움에 관하여 제법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밀접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렇듯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결국 과거와 시간적 공간적으로 유기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빛바랜 썬팅지를 바라다 보며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화려한 전면부입니다. 아마도 현재의 병원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