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딸아이와 함께한 겨울 골프(2024년 12월 29일 솔트베이 cc)

서리풀 김박사 2025. 1. 6. 17:32

약 한달전부터 기숙사에 있는 딸아이 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올해내로 본인의 과제 종목인 골프 영상을 제출해야 한다고 몇번이나 저에게 강조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도 평일에는 계속 병원을 출근하기에 일요일로 날짜를 잡으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아내의 연주와 저의 일정으로 간신히 12월말 마지막주 일요일에 딸아이의 부탁으로 간신히 라운딩 날짜를 잡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까지 일정이 미뤄진건 아마도 제 개인적인 의사가 많이 강조 된것 같습니다. 저는 원래 추운것을 참 싫어합니다. 아무리 더워도 8월 삼복 한낮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골프를 치지만 사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면 추위를 많이 타는 저로서는 골프에 대한 흥미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예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는 열정 하나만으로도 겨울 골프를 많이 치고 했는데 40대 중반이 넘어서는 그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져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라운딩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두꺼운 옷때문에 스윙에 방해가 되고 얼어붙은 그린은 골프공을 허락하지 않으며 땅이 얼어서 매트위에서 티도 잘 꼽히지 않고 그 불편함을 숫자로 세어도 10가지 이상은 금방 나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도 라운딩이 오랜만이라 딸아이 앞에서 체면을 구기면 안되었기에 몇일 점심시간에 연습을 하고 라운딩 전날 딸아이를 데리고 집근처 방배동에 있는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습니다. 엄연히 과제물 제출이기에 딸아이의 스윙도 봐주고 요즘 공부하랴 감이 많이 떨어진 샷의 감도 살려주기 위해서 전날 1시간 정도 둘이서 맹연습을 하였습니다. 다음날의 긴장 때문인지 아이도 저의 간섭을 꾀나 싫어하지만 이날 만큼은 겸허한 자세로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저도 아는 범위내에서 최대한 가르쳐 주었습니다. 
 
라운딩하는 당일 아이 엄마는 라운딩 대신 딸아이영상를 촬영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그냥 간단히 인증샷 정도가 아니라 1홀부터 마지막까지 모든샷을 동영상으로 담아야 하는 꾀나 고된 작업이 예상되었습니다. 티샷부터 세컨샷 어프로치 마지막 퍼팅까지 거의 촬영감독 수준으로 핸드폰으로 딸아이의 진행과정을 모두 동영상에 담는 꾀나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아침 9시에 도착한 골프장은 저희가 첫팀으로 출발이었습니다. 전날 낮기온도 영하라는 걱정이 무색하게 하늘에서는 따뜻하게 빛이 비추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람한점 없어서 낮은 기온에 비해서 많이 춥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몇홀 돌고 나니 땀이 나서 저는 준비한 겨울 패딩도 입지 않았고 아내도 꽉 움켜 싸맨 방한 마스크 사이로 약간의 땀방울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꾀나 힘든 작업을 예상했지만 딸아이의 준비성과 아내의 헌신 그리고 좋은 캐디분 춥지만 바람이 없는 날씨등은 잘못했으면 아주 힘들뻔한 작업이 아이와이 즐거운 라운딩으로 종결되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너무 추웠던 날씨 한가운데 라운딩이라 그린이 저희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탄도가 꾀나 높은 저의 공이 그린에 떨어지면 많게는 약 7-8미터 이상 공중으로 치솟으며 마치 탱탱볼처럼 하늘로 치솟아서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캐디는 그대로 스코어에 기입하였기에 거의 레귤러 온은 없었고 겨우 굴리는 어프로치과 퍼팅으로 90개 중반으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딸아이는 숙제를 감안해서 캐디분이 잘 적어주셔서 90개 정도로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번 골프를 치면서도 참 열악한 상황임에도 거기에 맞추어서 준비하고 즐기면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훌쩍 커버린 딸아이와 이렇게 골프도 같이 오랜만에 치니 너무 행복한 하루 였습니다. 이제 곧 성인이 되면 자주 이런 자리를 만들어야 되겠다 생각하는 기분좋은 라운딩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