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진료에 관한 글

생일

서리풀 김박사 2024. 2. 27. 14:30

출근후 병원 현관 앞에 있는 화장실에서 양치를 하고 들어옵니다. 저는 생일을 음력으로 지내고 카톡 생일 알림을 지워놓은 상태라 아무도 모르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실장님이 언제 제 음력생일까지 챙겨놓으셨는지 분주하고 바쁜 아침 대기실 앞에서 폭죽을 울리며 전 직원이 축하해 주었습니다.
 
진심 아무도 모를것이라고 생각했기에 너무 놀랐고 실장님 포함 직원들이 선물해준 선물에 다시한번 놀랐습니다. 지금 제 간이 쇼파옆에 협탁에 당일 받은 소중한 선물을 놓아두었습니다. 볼펜에 제 이름을 새겨서 선물을 받았습니다. 저도 아내랑 굉장히 신세를 많이지신 선생님께 비슷한 선물들 드려 본적이 있어서 가격을 떠나서 굉장히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임을 아는 선물입니다.
 
저는 생각나는 순간을 종이에 옮기는 습작을 좋아해서 해당 선물을 제가 습작을 즐겨하는 쇼파 협탁옆에 고이 모셔두었습니다. 이렇게 음력생일까지 챙겨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실제로 저도 제 생일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 주에 일요일에 연주회가 있어서 모든 정신이 거기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생일 전날 어머니가 제 아내에게 생일상 차리는데 보태라고 십만원을 통장으로 보내주셔서 알게 되었고 저도 잘 모르고 지나갈 뻔한 생일을 병원에서 축하를 받으니 너무 고마운 마음이었습니다. 
 
사실 생일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저희 딸의 생일쯤이 되면 딸의 생일보다 그 당시 고생했던 아내가 먼저 생각납니다. 너무나 꾸미는 것을 좋아하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스타일의 여성인데 몸무게를 25킬로이상 살이 찌고 배가 불어와서 살들이 갈라지는 모습을 옆에서 보았고 입덧이 유난히 심해서 병원에 입원만  2번 정도 하였습니다. 제가 등을 두드리면 변기에 더 토할게 없어서 검은 액체까지 나올 정도로 유달리 고생했던 아내였기에 출산까지 한 여성이 아이를 하나 출산하는 행위가 얼마나 힘든지 옆에서 지켜 보았습니다.
 
물론 쉽게 임신하고 입덧도 없이 편안하게 출산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나이 40살이 되어서 쌍둥이를 임신해서 5개월차부터 입원했던 여동생과 아내를 보고 있으면 지금 걸어다니는 모든 생명은 그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귀한 존재라고 생각됩니다. 실상 생일이면 제가 축하받아야 할 테지만 고생하신 어머니가 제일 일등 공신이고 많은 고생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태어나는 순간의 위대함을 알기에 그 날은 태어난 본인과 낳아준 어머니가 같이 축하받아야 되는 자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들외에도 제 음력 생일을 몇분이서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케잌이며 영양제며 커피 쿠폰이며 민망하면서도 참 고맙기도 합니다. 챙겨 주셔서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