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테이크 어웨이 (Take away)

서리풀 김박사 2024. 5. 6. 11:48

 



얼마전 조금 늦긴 했지만 올해 처음 친한 친구들과 골프 라운딩을 다녀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3월이면 벌써 시작하지만 주말마다 연주 연습 일정이 겹치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4월 중순이 되어서야 올해 첫발을 내딪었습니다. 최선을 다한건 아니지만 이젠 구력도 제법되고 스크린이나 연습장에서도 제법 공이 맞아 나가기에 마음 속으로 기대를 하고 라운딩에 임했지만 결과는 92개 10년이 넘는 구력치고는 정말 형편없은 스코어 입니다.
 
제가 스코어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날은 라운딩이 끝나고 다른때와는 다르게 심각한 반성모드로 돌입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일까 분명 연습장에서는 잘 맞는데 실전에서는 왜일까 돌아오는 약 1시간여의 시간동안 골똘히 생각했습니다. 쉽사리 해답은 찾지 못하였습니다. 진짜 문제는 뭘 잘못했는지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더 문제 였습니다. 어쩌면 이유를 알면서도 억지로 외면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프를 처음 배운건 군의관 시절입니다. 처음 배운 선생님은 바디스윙을 원칙으로 하시는 분으로 소위 똑딱이라 불리는 시절부터 기본기를 엄청 중요시하는 선생님이였습니다. 하지만 빨리 잘치고 싶은 생각에  6개월이 넘고 1년이 지나자 약간은 시건방이 들어서 공말 잘치면 되지 무슨 기본기가 그리 중요하냐는 생각으로 그 당시는 지금처럼 유튜브가 발달한 시절이 아니기에 서점에 있는 책이나 인터넷에 떠도는 비기등 단편적인 지식에 매몰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날무렵 그럭저럭 공은 맞기는 했지만 선생님이 가르쳐준대로 치지 않고 떠도는 풍문과 감각에 의존하여  단편적인 마약같은 내용에만 길들여졌고 가장 중요한 처음 기본기가 너무 지겨웠기에 유혹과도 같은 글들에 많이 현혹됐습니다.
 
아마도 연습장이 다 끝나가는 저녁 늦은 시간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서 연습하는 저에게 프로가 뭔가 작정을 하고 얘기를 합니다.당시 군인 신분이었던 저에게 "김대위 당신 그런식으로 연습하면 평생쳐도 90개야 내가 레슨만 전문가인데 다 보인다고 " 그날 들었던 말이 웬지 마음에 걸렸습니다. 내가 프로의 말을 안들어서 열받아서 그런가 생각도 해보다가 전역하고 이사를 가서 뵙지는 못했지만 그 말이 계속 마음에 조금은 걸렸습니다. 그렇게 이사가는 곳에서 다시 레슨을 받아도 예전 프로가 가장 강조했던 백스윙 그 첫시작인 테이크 어웨이에 대해서 강조하기에 다시 저 길로 가면 몇달은 스윙교정으로 골프를 칠수 없다는 생각에 자꾸 요령껏 치는 프로의 레슨만 유튜브로 보거나 아니면 단편적인 원포인트 레슨만 받았습니다.
 
그렇게 골프에 집중하고 미쳐서 치다보니 90개도 깨고 80개 중반아래로 갔다가 80초반까지도 가끔 내려가는 스코어까지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80타대는 절대 깨지지 않았으며 여기서 기본기의 중요성이 드러났습니다. 잘 배운 친구들은 그렇게 70대 중반까지 내려갔고 저는 80대초반은 어쩌다 운발이 터져야 되고 감으로만 치는 골프는 80개 중반을 넘어 프로의 예언대로 거의 20년이 다되어가는 현재  90개에 평균갯수가 수렴하고 있습니다.
 
저도 학창시절 과외를 많이 해봐서 공부하는 스타일만 봐도 이친구의 성적이 대충 가늠이 되듯 오랬동안 레슨을 하셨던 선생님은 저의 처음 1년을 보고 아마도 20년후의 제 모습이 연상 되었던것 같습니다. 결국 골프채의 헤드가 제대로 된길을 출발하면 원래 위치로 돌아오기에 자꾸 정상적인 괘도를 이탈한 스윙은 몸의 보상 동작이 가미되고 결국은 이를 감으로 교정할려고 하니 컨디션이 안좋거나 마음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실수가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골프를 그렇게 좋아하는 제가 글쓸 거리가 없었다는 건 아직도 골프의 첫 시작이 괘도를 벗어났기에 위에 쌓여진 스윙틀이 너무 불안했고 정확히 아는 것이 없는것이 이유인것 같습니다. 뭘 정확히 알아야 글을 쓸수 있는데 저는 항상 저만의 특이한 스윙을 구사하기에 누구에게 코칭을 하거나 조언을 들을 수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약 2주전부터 점심시간이면 병원옆 실내 연습장으로 향합니다. 골프의 첫 시작 테이크어웨이 부터 다시 점검합니다. 가장 중요하지만 애써 외면했던 그 첫시작 테이크 어웨이 가장 중요한 처음 시작후 약 30cm 계속 이 길을 외면해서 채를 본능적인 방향으로 뒤로 빼는 동작으로 지금껏 먼길을 돌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한동안 스코어는 포기한 채먼길을 돌아가야겠지만 마음은 더 편합니다. 앞으로 90개도 못치는 기간이 꾀 있겠지만 잘못된 지점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사실에 연습을 하면서도 기분이 좋습니다. 잘못된 스윙의 첫 단추를 이제 다시 꾈려고 합니다. 좋은 스승이 중요한 이유인데 제가 오히려 의도적으로 스승을 외면했던 샘이었습니다. 
 
그날 라운딩 했던 제 의국후배는 간간히 싱글도 치고 자세가 정말 누가봐도 좋습니다. 제가 이제 질문을 합니다. 테이크어웨이의 느낌과 요령등을 자세히 물어봅니다. 뻔한 대답이지만 왜 내가 그렇게 잘못된 길을 가는데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어짜피 준비가 안된 사람에게 가르쳐 주는건 그 상황에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고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제가 다시 배우는 자세로 들어가니 알고있는 방법들과 좋은 영상들을 보내 줍니다. 
 
배울려는 자세가 있어야지 누군가가 도움을 줍니다.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겐 아무리 좋은 얘기도 실례일뿐입니다. 아마 작년에 이렇게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에서 주옥같은 경험담을 들었다면 아마 쓸데없는 얘기로 치부해 버리고 그냥 넘겨버렸을 것 같습니다. 
 
테이크어웨이의 정확한 뜻은 백스윙의 초기 단계로 클럽헤드를 목표 반대 방향으로 일직선으로 뒤로 움직이는 동작을 말합니다. 결국 올라갔던 채는 처음 테이크어웨이 구간으로 채가 다시 돌아오기에 정확히 출발한다면 헤드는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아서 들어옵니다. 즉 셔츠의 첫단추를 제대로 채우는 동작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십년을 돌아서 다시 제자리를 찾으려고 합니다. 제가 지금 연습하고 있는 악기나 다른 일상생활도 한번 돌아봅니다. 귀찮아서 외면했던 잘못 끼워진 단추는 없는지 ..............

 

올바른 괘도로 다시 칠수 있다는 생각에 점심이면 연습장으로 향하는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릴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골프에 집중하는 행복을 느낍니다. 

https://youtu.be/PBWuX-b38XU?si=2LBV57SyykhaU9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