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루틴 (징크스)

서리풀 김박사 2024. 7. 12. 17:39

 
넓은 4차선도로 수유시장 정류장을 지나 저는 평상시와 다르게 한블럭을 더지나 좁은 길로 우회전을 해서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평상시에는 성신여대 미아 캠퍼스 방향이나 사이버 대학쪽으로 우회전해서 가지만 오늘 만큼은 횡단보도를  두번을 지나쳐서 더 어려운 길로 일부러 운전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근길에 일반적으로 내리는 미아역에 내리지 않고 한정거장 더 지나 수유역에 내립니다. 지도상에서는 병원의 위치가 미아역과 수유역 사이에 위치하지만 수유역의 경우는 횡단보도를 한번 더 건너야 되기에 심리적으로 더 멀게 느껴지지만 일부러 조금 더 멀리 내려서 출근길을 향합니다.

출근뒤 핸드폰을 책장에 있는 충전기에 두지만 오늘을 협탁에 놓습니다. 일을 시작하기 직전 금테 안경으로 바꿔서 진료하지만 오늘은 기존 안경으로 진료를 시작하고 수술직전 안경을 다시 바꿔 진료합니다. 선물받은 고급 볼펜을 진료에 사용하며 수술모를 수술시작 전에 다른 방에서 착용하며 음악도 의도적으로 바꾸어 들을려고 합니다. 
 
저도 시간이 지나면서 나만의 루틴이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루틴" 이건 정말 좋게 표현한 겁니다. 아마도 징크스가 더 정확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많은 징크스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출근전 식사는 내가 꼭 설겆이를 하고 늘 달리던 길을 따라 같은 음료에 비슷한 음악을 들으며 출근길을 어디로 가야되고 병원에 와서의 모든 행동들에 의미를 하나씩 부여하다 보니 이제는 상식적인 틀을 깨고 너무 규칙과 형식에 얽매여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행동을 돌파해야 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저는 골프를 칠때면 특정 브랜드(테일러 메이드, 볼빅)의 골프공만 사용했습니다. 그렇다고 잘친건 아닙니다. 어쩌다 잘쳤던 기억에 그 골프공이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골프가 혹시라도 안되면 준비해가지 못한 공탓을 주구장창 했습니다. 일전에 제가 포스팅했던 테이크 어웨이 이후로 저는 골프 연습을 다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스윙 연습뿐만 아니라 주력했던 부분은 퍼팅입니다. 퍼터를 블레이드 타입에서 과감히 조금 더 치기 좋은 말렜형으로 바꾸고 원장실에서 하루에 최소 100개 이상씩 숏퍼팅에 주력했습니다.


헤드의 움직임과 어드레스의 각도 고개의 위치 스트로크의 방법에 따라 짦은 거리도 최종 2 -3 M 이후에는 결과값이 꾀 차이가 났으며 이 편차를 최소로 하기위해 정말 하기 싫던 숏퍼팅 연습을 많이 했고 골프 연습도 왼손의 새끼 손가락이 불편할 정도로 최근 2달정도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다행히 스코어가 많이 줄어들고 숏퍼팅의 성공률이 좋아지니 당연히 좋은 결과 값을 얻었습니다. 예전 정말 회피하고 싶었던 약간의 마음의 병같았던 골프공의 집착을 뚫기 위해 최고로 안쓰던 공(브릿지 스톤)을 쓰고 라운딩을 했으나 가장 좋은 결과 값을 두번 연속 가지게 되었습니다. 결국 나의 골프와 골프공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으며 입던 옷색깔(푸른색 계열)과도 아무 상관이 없었습니다. 검정색 옷을 입고 라운딩을 했습니다. 본질적인 의미에서 그냥 골프를 못치는 상태였던 것이고 본질을 그저 못난 실력일 뿐이었습니다. . 
 
루틴 소위 징크스의 실체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건 결국 완전히 현상을 숙지하지 못한 두려움의 발현이라는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예전 전공의 시절 1년차에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습니다. 아는 것이 거의 없으니 다음을 예측할 수 없고 자연스레 교수님의 불호령이 두려웠지만 3년차쯤 되어서 과정을 이해하니 수술방이 즐거웠던 것처럼 두렴움은 결국 긴장을 생성하게 되고 이 것은 심리적으로 쉽게 바꿀수 있는  자기 행위나 물건에 집착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지금 내가 출근길부터 내내 사로잡혔던 루틴을 깨기 위해 일부러 반포대교가 아니라 동작대교를 건너며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다가온건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새로운 환자를 만나고 어떤 상황이라도 그냥 부딫혀서 극복하면 그만인 것입니다.

저를 심리적으로 옭아매던 마음의 견고함을 이제는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너무 편협하게 흐르는 마음의 길을 의도적으로 조금더 넓히고 싶은 생각이 컸습니다. 
 
결국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특정한 행위에 대한 두려움은 그 실체에 더욱 접근하려고 노력할때 많이 해소될 수 있음을 생각합니다. 그 방법은 공부가 될수도 있고 골프연습과 같은 반복적인 학습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연스레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간단한 일일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징크스란 녀석에게 좋은 말을 해준다면 더욱 열심히 살아 볼려 했던 애뜻한 마음정도로 해주고 싶습니다.  

공하나 크기에 딱 맞게 세팅을 하고 섬세하게 연습할려고 했습니다. 홀컵의 2/3정도 크기로 연습했습니다.
원장실에 깔아둔 매트입니다. 이제는 지저분해져서 새걸로 교체를 고려중입니다.
블레이드 타입의 퍼터입니다. 섬세한 플레이와 먼거리에는 유리하지만 쇼퍼팅에서 확실히 불리합니다.
이번에 구매한 말렛형 퍼터입니다. 똑같은 퍼터를 2개구입해서 하나는 실전용으로 하나는 병원에서 시간나는 만큼 연습하고 있습니다.
쉬운 골프장이지만 처음으로 7자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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