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一 心 김세호

본연의 진실은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숨바꼭질 같던 질문들이 해결될 쯤이면
대부분 이는 결말이다.
연분홍 꽃 가득 화려한 연못에
비단잉어 수면아래 그 자태 위용 찬란하지만
마지막을 고할쯤
하얀배를 수면위로 완전히 드러내며
죽음을 맞이하듯
실체의 모양이 전부 가늠해지며
어떤 일들이나 사람의
윤곽이나 본성이 낱낱이 드러났다는건
더 이상 무언가를 보여줄 필요성 조차 못느끼는 권태거나
정말 더 보여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은 죽은 시간이다.
남녀관계가 더욱 그러하다.
친절하게 웃고
사회에 잘 순응해 보인다는건
오히려 그만의 눈물겨운 노력
마지막까지 감춰진 하얀 배를 감추려는 몸부림이기에
행여 우연히 잠깐 눈치챈
어두운 차가운 눈빛을
나는 오히려 사랑한다.
아무런 의지 없이
본인의 모든 내면을 드러내는 건
자신을 잉태해서 열달간 품어준 어머니 외엔
이 세상 누구도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내 삶도 이젠 어느덧 윤곽이 많이 드러나고
제법 외형이 가늠되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의 영역이 점점 줄어들지만
나는 아직도
웃음을 가다듬고
미소를 정돈하며
인삿말의 종류를 제단하면서
삶의 틈바구니에서
연못아래 우아하게 헤엄치는 저 잉어처럼
나의 완전함이
나의 의지대로 보여지지 않는날까지
계속 삶의 술래잡기에 들키지 않는
긴장감을 가진 불완전한 존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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