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 이야기

출근길

서리풀 김박사 2024. 2. 2. 13:34

 

밤에 바라본 반포대교 사거리 모든 차량이 위쪽의 다리를 건너기 위해 아침마다 전쟁을 합니다.

 
 
온도를 100도에 설정된 포트에 생수를 붓고 설정 버튼을 누릅니다. 짧은 시간 머리만 감고 말리는데 대략 5분 중고등시절 빡빡머리 시절이나 50이 다된 지금이나 빨리 마무리 하기에  물이 끓는 동안 충분히 씻고 머리까지 말립니다. 워낙 바쁘게 사는게 익숙해서 오히려 오랬동안 화장실에 있는 것이 요즘도 익숙하지 않습니다. 아내가 챙겨놓은 약통에 영양제를 요일에 맟추어서 억지로 삼키고 하얀 종이컵에 제가 너무 좋아하는 맥심 믹스커피를 담아 지하 주차장으로 향합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웠던 탓에 시동을 켜고 제일 먼저 엉덩이를 따뜻하게 하는 옵션 기능의 버튼을 누릅니다. 차가 예열이 될때까지 핸드폰 블루투스와 차를 연동시키고 믹스커피를 음미하며 출발을 합니다. 이 시간이면 저희 집 대문앞에서 청소하시는 경비원 아저씨와 늘 마주치기에 목례로 인사를 나누고 8시 10분 늘 일정한 시간에 어머니께 문안 전화를 드립니다. 간단히 밤새 안녕을 확인하고 늘 그렇듯 듣고 싶었던 음악의 플레이를 재생합니다. 저는 한 두곡에 꼿히면 일주일간 적게는 10번 많게는 30번이상 반복해서 듣기에 요 몇일전 부터 계속 듣고 있던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재생시킵니다.
 
저는 이 작품이 워낙 유명하고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많이 듣는 음악이기에  어릴적에는 그저 1악장 정도를 몇번 듣고 이 곡을 다 안다고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세상사도 잘모르면서 다 알듯이 행동하듯 음악도 마찬가지 였던것 같습니다.  서양 음악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인지도나 완성도 면에서 베토벤과 멘델스존 브람스의 그것과 1위를 다투는 협주곡 이기에 이 음악들은 오히려 너무 스치듯 들을 기회가 많아서 다시 제대로 들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연히 2악장 부위를 듣다가 무슨 곡이 이렇게 아름답지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곡이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설명에 나는 잘 안다고 생각만 했을뿐 실상은 그저 초반부의 유명한 부위외에는 알지 못하는 음악이었습니다. 그러면 이번 기회에 제대로 감상하고 공부해보자는 생각으로 몇일전 부터 출근길과 수술실에서 한 타임은 이 곡을 듣고 있습니다. 
 
어머니와의 전화가 끝나면 보통 신호대기가 시작되는 대법원 앞입니다. 그 곳은 일직선으로 가면 테헤란로가 나오는 곳으로 슬슬 교통 지옥의 신호가 시작되는 곳입니다. 저희집에서 병원까지는 시내주행으로 22km 시내를 관통하기에는 상당히 먼거리 입니다. 저희 집은 서울에서 남쪽인 서초동 예술의 전당 근처이고 병원은 서울의 북쪽 노원과 의정부가 인접한 강북구니 과장해서 표현하면 서울의 남단과 북단을 가로질러서 매일 출근합니다. 짧게 걸려도 한시간 토요일은 두시간이 걸리는 꾀나 먼거리입니다. 
 
커피를 음미하는 도중  슬슬 음악이 시작됩니다. 협주곡의 초반부 만으로도 그 멜로디의 아름다움에 압도 당합니다. 바이올린 서주가 시작되기전 짧은 전주만으로 모든 집중을 시킵니다. 협연부의 주 멜로디가 시작될때쯤 검찰청 앞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그렇듯  반포대교를 건너기 위해 사당 방면에서 반대쪽은  고속터미널 방면에서 제가 있는 서초동 방면에서 아주 많은 차량이 이 다리를 건너기 위해 수백미터씩 줄지어 있습니다. 서초 경찰서에서 다리까지는 약 400- 500 미터 이 곳에서 저 반포대교까지 진입하기 위해서는 약 2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대기가 지루할 법도 한데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지루한 이 상황이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음악을 듣는 도중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만큼 긴박한 멜로디가 좁은 차안의 스피커를 타고 현란하게 질주합니다. 가장 격정적인 1주제부의 하일라이트를 지날때쯤 강남성모병원 사거리를 건너 하늘로 비상하듯 고가도로를 타고 반포대교로 향합니다. 시청으로 진입하는 차량들과 섞이지 않게 우측에 붙어서 강변북로를 타기위해 오른쪽에 있는 맑은 한강을 바라봅니다. 격정적이던 음악은 1악장의 절정부위로 치닫고 셈여림의 귀재답게 강변북로 진입할때쯤 막혔던 길이 뻥 뚫리고 반대로 아주 잔잔한 2주제가 연주됩니다. 1주제의 변형이지만 이젠 잔잔한 반주위에 플루트가 천상의 목소리를 냅니다. 한강변을 따라 달리는 상황에서 들리는 플루트 소리와 마지막을 치닿는 하일라이트는 예술작품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강변북로를 지나서 이젠 동부간선을 타고 내부순환로로 진입합니다. 차들이 최소 70km이상 씽씽 달립니다. 역설적이게도 가장 빠른 차량의 흐름에 가장 느린 2 악장이 들립니다. 정말 아기자기하고 감미롭습니다. 역시 낭만주의의 대가답게 그 감정 표현이 끝을 달립니다. 슈먄 피아노 협주곡의 2악장과 개인적으로 비슷한 느낌입니다. 옛사랑이 떠오릅니다. 
 
충만한 삶의 행복이 그려지는 2악장 부위를 지나면 내부순환에서 종암사거리로 내려가는 월곡 IC에 대기줄이 1.3km나 밀려 있습니다. 출근시간이 긴 두번째로 많이  밀리는 구간입니다. 사실 이 구간이 제일 짜증나는 구간입니다. 줄을 서있는 차사이로 끼어들려는 차량이 계속 늘어섭니다. 사고의 우려도 있어서 얌체같지만 저는 가급적 양보해 주는 편입니다. 빨리 가려는 제 마음의 의지를 담아서인지 3악장에선 멜로디가 빠르게 진행됩니다. 아마도 막힌 길을 빨리도 가려는 제 마음을 잘 이해해주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이 곳을 지나칠때쯤이년 약 35분간의 연주가 마무리 됩니다.
 
이젠 제법 병원과 가까워 졌습니다. 유튜부로 어제 경제 상황과 지금 투자하고 있는 주식관련 자료들 그리고 못다한 일들의 구상을 차안에서 진행합니다. 한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미아사거리를 지나서 미아역이 보이고 우리 병원 근처 건물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렇듯 출근길에 있는 시간의 차내부의 공간은 한시간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그런 공간으로 변모시켰습니다. 출근길 퇴근길 시간을 이용하여 못다한 일들을 해결합니다. 평소 보고 싶었던 사람들과 통화도 합니다. 가족들 안부도 묻는 시간도 되고 지겹던 출근 시간을 효율적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1시간이라는 시간이 출쩍 지나 차에서 내립니다. 목욕탕의 층과 같은 지하 주차장이라 처음 오면 약간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의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하루를 위한 걸음 걸이를 내딪습니다.
 
이 모든 하루의 시작이 되는 출근길이 길이 비록 길고 지루하지만  좋은 느낌으로 채우기 위해 좋은 음악과 소리를 들을려고 합니다. 차안에서 내리면서 저에게 주문을 읆조립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길..

https://youtu.be/0vXGIQr5NgY?si=iJCOs4yNWrWigM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