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래 진료중에 느낀점은 눈의 초점이 많이 흐맀해졌다는 사실입니다. 우연이겠지 하고 넘어갔는데 그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병원옆 안경점에 가보았습니다. 안경사님의 진단은 노안이었습니다. 그리 심한 편은 아니지만 조금 진행된 상태고 다촛점 렌즈의 안경을 권해 주었습니다.
예전부터 선배 치과의사님들의 경험을 직접 들은덕에 심적 충격은 덜하였지만 나도 이젠 눈이 노화가 되었구나하고 소위 확인 사살을 한 샘이죠. 다촛점 렌즈말고 대안이 없냐고 여쭈어보니 일할때만 착용하는 안경을 권해주었습니다. 평상시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수술이나 작은 글씨를 읽을때 겪는 불편감이니 그 때만 착용하는 안경입니다. 소위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있는 돋보기인 샘이죠. 그래도 진료는 지장을 받으면 안되기에 평상시 안경과 수술용 안경 이렇게 2개를 주문했고 몇 일전 받았습니다.
주문한 안경을 들여다 보니 많은 생각이 듭니다. 이제 50을 목전에 둔 마지막 40대 후반의 나이 늘 하는 얘기지만 아직 마음은 30대 초반 같은데 생물학적 나이는 50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실제 제 나이대가 몸과 마음이 가장 괴리감을 많이 느끼는 나이라는 기사를 신문에서 본 기억이 있습니다. 아직 마음은 젊은 시절에 머물러 있는데 주위시선은 이젠 완전 어른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나이인 것이죠.
예전에도 이런 경험을 한적이 있습니다. 바로 사춘기 시절이었죠. 152에 불과하던 키가 갑자기 24cm 나 2년동안 자라면서 176cm 가 되었습니다. 아직은 어린아이 같은데 외관상 갑자가 너무 자란 키, 그리고 2차성징 등 내면의 성장과는 별개로 육체는 갑자기 어른 비슷해져 버렸고 그와는 대조적으로 혼란한 심리 상태는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14살쯤에 찾아 왔습니다.
아직 아무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철부지 같은데 주위 친구들은 벌써 어른 흉내를 내고 있고 친구들을 보며 아무래도 심적으로 어딘가 굉장히 불안하고 불안정했던 시절이었던 같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정한 사춘기 시절이었습니다.
수술실 의자에 앉아서 돋보기로 사물을 들여다 봅니다. 가까운 곳은 잘 보이고 먼 곳은 흐릿합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촛점들이 하나의 안경으로 합쳐지는 순간이 오겠죠..
어린시절 사춘기 처럼 이제 조금씩 눈의 노화를 통해서 다음 세대로의 신체 변화의 시기가 왔음를 짐작해 봅니다.
20살 성인으로 한번에 갈 수 없으니 신체가 먼저 성장하고 그 외관에 견주어 정신이 성장하는 사춘기 과정을 거쳐서 어른이 되어가듯
이 돋보기는 이제 후에 제가 아버지 세대로 가기전에 그 첫발을 내딛은 느낌을 예감하게 합니다.
수염이 나는 신기한 경험이 성인으로의 첫발이었듯 이렇게 돋보기는 갑자기 변하면 모든게 혼란할 수 있으니 천천히 또는 하나씩 수긍하도록 하는 신의 큰 계획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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