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다채로운 악기 케이스가 보입니다.

한 건물에 다양한 연습실과 악기상들이 있습니다.

빌딩마다 작은 연습실들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악기 렌탈샾 이름이 예뻐서 찍어 보았습니다.

제가 클라리넷 단원들과 합을 맞추어 보았던 서초동 악기 연습실입니다.

 

 
지난주 툐요일은 서초동에 있는 실내악 연습실에서 하나윈드 오케스트라 연습이 있었습니다. 연습시간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이지만 저희 클라리넷 파트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먼저 실내악 연습을 먼저하고 6시부터 9시까지 전체 합주 연습에 참가합니다.
 
두연습실 모두 서초동에 있는 악기 거리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서 2주에 한번 이 거리를 거닙니다. 남부터미널에서 지하철역에 내리면 5번출구를 나와서 서초대로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날씨가 따뜻해져서인지 벗꽃때문인지 거리에는 많은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오후 2시까지 정신없이 진료에 임하다가 만원 지하철에서 내려 거리를 걷고 따뜻한 태양빛에 저의 얼굴을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느낍니다. 그렇게 서초대로를 가로지르는 큰 횡단보도를 건너면 악기거리가 나옵니다. 예술의 전당과 국악당 그리고 명문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위치한 음악의 중심지라 그런지 음악을 배우는 학생부터 전공자들 그리고 프로 음악가들을 많이 마주치게 됩니다.
 
자기자신보다 큰 첼로를 메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귀엽습니다. 아직은 어려보이는 작은 개구쟁이 남학생이 미래의 음대생을 꿈꾸며 엄마손에 이끌려 분주히 뒤를 따라나섭니다. 편의점이나 다양한 가계에는 독주회나 연주회를 알리는 포스터가 유리창을 가득 메우고 있으며 각건물에는 많은 연습실이 몇군데씩 층을 나누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나가는 동안 잠깐 문이 열리는 틈사이로 저음의 튜바 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집니다.  어릴적 물고기를 잡으면서 그물망과 낚시대를 들고 하루종일 놀았던 어릴때처럼 좋아하는 것에 몰두할 수 있고 그런 최선의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약간은 흥분되고 즐겁습니다. 평상시 보다 조금 느린 발걸음으로 거리를 거닙니다. 약속 시간엔 늦긴 했지만 따스한 바람을 맞으며 걷는 이 거리에서의 눈의 즐거움을 만끽합니다. 
 
약속된 장소에 도착해서 먼저 클라리넷 단원들과 합주 연습이 끝나고 근처 커피숖에 왔습니다. 커피숖 내부는 꾀나 감각있는 그림들이 걸려 있어서 기다리는 동안 잠깐 감상에 잠깁니다. 각자 좋아하는 차와 빵을 주문하고 제가 가장 연장자라 조금은 어둔하지만 정말 어린 친구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체라 클라수석만 제외하면 전부 비전공자입니다. 직업도 다양합니다. 엔지니어부터 공대생 언어를 전공한 직장인까지 음악이라는 공통 주제를 같이 연습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눕니다. 이렇게 같이 무언가을 좋아한다는 건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 가량 잠깐의 휴식을 제외하면 곡 당 30분씩 꾀 긴 시간을 합주 연습합니다. 저희 단체가 연습하는 지하 합주실은 꾀나 유명한 연주 단체가 시간을 다르게 사용해서인지 곳곳에 전통있는 단체의 숨결같은 것이 묻어 있습니다. 저처럼 아마추어가 이런 프로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연습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영광스럽고 낯설지만 몇달 이곳에서 연습하다 보니 이젠 지하 연습실이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시간이 날때면 벽면의 포스터들을 하나씩 읽어 봅니다. 상당히 재밌습니다. 2020년 초반부터의 연주회 포스터가 많이 없는건 아마도 코로나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서초동 거리에 서면
어릴적 막연히 꿈꾸었던 길을 걷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업이 아니기에 
더 즐겁고
신비스럽습니다.
비록 다른길을 걷고 있지만
항상 원했고 바래왔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생각
오늘 서초동 이 거리를 거닐면서 
간절히 원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생각에 잠겨봅니다.
 
 
어둠이 깔리는 밤 9시 연습이 끝나고 거리에 나섭니다. 지휘자를 포함한 몇몇 분들은 연습 뒤풀이를 하러 치맥을 하러 갑니다. 저는 오늘 하루 너무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인지 플룻 수석이자 본단의 단장인 아내의 악기를 반대편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서 집으로 향합니다. 밤이 되니 어둠이 내린 악기사들에 핀조명을 받는 분홍색 첼로 케이스가 눈에 선명히 들어옵니다.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해볼수 있는 환경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동경했던 프로 음악인들과 같이 시간을 향유하고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음악의 거리를 지나서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의 느낌은 치킨에 맥주보다는 아직은 밤이 차기에 따뜻한 자스민차의 향에 기대어 마무리 합니다. 
 
 

연습실 벽보에 역사깊은 포스터가 온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