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봉원사님 반갑습니다.

서리풀 김박사 2025. 1. 20. 13:00

 
 


 
2025년 1월 16일 유디치과 미아점에 제가 군의관 시절(2006 - 2008) 같이 근무하셨던 원사님이 다녀가셨습니다. 저는 군생활을 3군 사령부 예하부대인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306보충대대에서 군장정들의 신체검사를 담당하는 신검군의관으로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다하였습니다.
 
저희 의무대는 7명의 과별로 다른 군의관을 포함하여 1명의 부사관이셨던 봉원사님과 약 15명정도의 의무병들이 한팀을 이루어 진료와 병사들을 관리하였습니다. 입소하는 군인들을 장정이라고 부르는데 입소하는 수천명의 장정들을 7명의 군의관들이 의료지원도 하고 신검업무도 같이 진행하였습니다. 이제 방금 입대했기에 뭔가 불안정한 장정들을 잘 분류해서 각자의 사단으로 보내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보통 군의관 2, 3년차가 많이 지원해서 오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첫해에 바로 이곳에 발령받게 되어 의정부라는 대도시에서 3년을 한곳에서 군생활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
 
봉원사님은 군생활 동안 약 2년정도 같이 근무했습니다.. 나이는 저보다 20살가량 많으시지만 초임 대위시절부터 군의관님이라고 항상 예의 바르게 대해 주셨고 일처리도 원만하게 잘 진행하셨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원사님도 골프를 저희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셔서 같이 군골프장으로 골프를 치러 갔던 즐거웠던 기억도 가지고 있습니다. 계속 인연의 끊을 놓지 않아서 환자분도 소개시켜 주셨고 예전엔 전화나 문자로만 안부를 주고 받다고 직접 치료를 받으시러 경기도 양주에서 먼걸음을 내원해 주셨습니다. 실제로는 거의 16년만에 뵙지만 세월의 거리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2007년 그 어느날처럼 호칭만 군의관님에서 원장님으로 빠뀌었을뿐 변한 건 없었습니다. 치료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저도 다른 환자분들이 있어서 반가운 만남을 짧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원사님을 뵈니 참 좋았습니다. 2년전 개원당시 임플란트를 심기 위하여 충북 음성에서 2시간 이상의 거리를 대중교통으로 와주셨던 당시 김복태 주임원사님과 작년 치아가 깨져서 오셨던 대대장님이셨던 김동훈 대령님까지 15년전에 충실히 그당시에 맺었던 인연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연이라는 것이 참신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합니다. 
 
요즘은 한달에 몇번 목요일 오후 개인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바쁜 진료를 오전에 마무리하고 오후에 잠깐 가지는 여유는 예전 학창시절 부득이하게 중간에 조퇴를 하며 수업중인 친구들을 둘러 보았을때 느꼈던 기쁨처럼 온종일 쉬는 날보다 만족도는 더 높은것 같습니다. 분주하다 갑자기 느슨해진 마음과 약간은 들뜬 마음을 뒤로하고 수유역 6번출구에 있는 KFC로 향합니다. 요근래 몇번 항상 이리로 왔던 것 같습니다.
 
창가 자리에 옷가지와 가방을 내리고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합니다. 여기오면 늘 점심때 먹는 기네스 흑맥주 한잔과 닭껍질 튀김 둘이 합쳐서 만원이 조금 넘으니 저에겐 진정한 실속있는 만원의 행복입니다. 그렇게 대기번호인 112가 호명되고 저는 핸드폰에 유선 이어폰을 연결해서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검색합니다. 이 시간은 오디오북을 주로 듣는데 예전에 읽었거나 읽고 싶었던 책들을 귀로 듣습니다. 직접 읽는 것과는 차이는 있지만 자동차에서도 그렇고 요즘은 페이퍼보다 듣는 오디오의 비중이 훨씬 높은것 같습니다. 
 
예전 군시절에는 장병들을 위한 도서관이 저희 의무대와 멀지 않은 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화요일나 금요일 신검이 일찍 끝나면 도서관에서 읽고 싶었던 책을 빌려 보았습니다. 그당시 읽었던 톨스토이의 참회록, 죄와 벌, 안나 카레리나, 설득의 법칙 1,2 권 저의 인생지침서중의 하나인 알랭의 행복에 관한 수필집 및  제가 너무나 존경하는 법정스님의 책과 류시화 시인의 책들 그리고 성경이야기, 하나님의 대사,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 등 아마도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의 대부분은 이 여유로웠던 3년간의 군생활동안 이루어 졌고 그 후 30대를 지나오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날은 오디오 북으로 참회록 초반부위를 들었습니다. 오디어 북이 켜지고 들리는 차분한 여성 아나운서의 멘트는 모든 감정들이 바닥으로 가라앉듯 너무나 차분해 졌습니다. 귓가에는 제가 맥주를 마시는 목넘김의 소리와 약간의 튀김의 바스락 거리는 소리만 들릴뿐 시간이 일정시간 멈춘듯 평온해 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책을 듣고 있는 와중에 몇명의 얼굴이 갑자기 스쳐갑니다. 안부가 궁금한 몇명과 아파서 우리병원을 그만 두었던 여직원이 생각이 났습니다. 혹시 잊어버릴까 약 40분의 1부가 끝나고 이 마음 그대로 문자를 보냅니다. 그리 긴문장은 아니었지만 핵심은 지금은 건강하냐가 중심인 문장이었습니다.
 
그렇게 약 10분이 지나고 정말 긴 문장의 답글이 와있습니다. 먼저 연락 드렸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는 얘기부터 저와 가족의 건강을 빌어주고 약 1년이 지났지만 제발없이 잘 지낸다는 말이었습니다. 순간 안심이 되었습니다. 이 직원도 인연이라는 힘으로 병원에서 2년간이나 같이 근무했던 친구인데 현재 문제 없다는 얘기는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을 보냈습니다. "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 이렇게 제 현재 마음을 짧게 마무리 지었습니다.
 
날씨가 한낮임에도 조금은 어둡습니다. 적당한 취기로 허기를 면하고 좋아하는 책을 다시 복기하고 그렇게 가계문을 열고 나옵니다. 하늘에서는 깨알같은 눈이 내립니다. 눈의 입자가 저의 안경테와 알을 치면서 미끄러 집니다. 하늘을 올려보니 입자가 작은 눈이 하늘을 뒤덮습니다. 사랑하는 딸아이의 장난처럼 간지러운 느낌입니다. 그렇게 늘 그렇듯 그 주위를 음악을 들으며 만보이상 걷고 원하던 진료를 받고 집으로 향합니다. 
 
오늘은 예전 봉이덕 원사님을 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고 여직원의 건강하다는 소식도 저에겐 기분좋은 순간이었습니다. 다섯시가 넘으니 차가 밀리고 어둠이 거리에 내립니다.  늘 가던 카페에 가서 따뜻한 라뗴 한잔을 테이크아웃하고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소중한 하루가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