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생일이란?

서리풀 김박사 2025. 2. 13. 11:37



이른 아침 핸드폰이 울립니다.
 
아침에 저장해둔 알림인가 하고 졸린눈을 비비고 침대 한 켠에 놓아둔 핸드폰을 겨우 확인하니 장인어른의 전화입니다.  새벽이었던 것 같은데 아침잠이 많이 없으신 장인어른은 이른 아침 사위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직접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렇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잠깐 다시 잠에 들었는데 또 핸드폰이 울립니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의 전화 였습니다.  우리 아들 생일축하해 라고 따뜻하게 말씀해 주십니다.
 
그렇게 이른 아침 울리는 알람보다 먼저 양가 어른신으로부터 생일 축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아내를 대신해서 전날 장모님이 제가 생일 아침을 먹을 수 있게 식사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평상시처럼 출근 준비를 마치고 차에 오릅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평소하고 좀 다릅니다. 중간방으로 가는 문이 잠겨져 있고 본능적으로 뭔가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원장실에 들어가니 생일 축하합니다.라는 작은 플랭카드가 원장실 뒤쪽 창가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직원들이 케읶을 들고 대기실에 환자분들이 꾀 계셨는데도 조금은 소란스럽게 생일 축가를 불러줍니다. 작년에도 실장님을 포함하여 직원들의 축하가 어색했는데 올해데도 너무 성대하게 준비해 줘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원장실 바닥에 흩날리는 폭죽의 잔해들을 제가 치우지 말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오늘 하루는 꽃길이라 생각하고 즈려 밟고 다니겠다고 실장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제 생일날인데 당일은 예약 수술환자며 외래 환자가 너무 많아서 방에 자주 들어와 보지 못했지만 창가에 걸려있는 작은 플랭카드와 생일 케잌과 이런 축하의 흔적들을  시간날때 마다 방에와서 확인하고 아직도 즐거운건 나이가 조금씩 스며들어도 어릴적하고 비슷한것 같습니다.
 
제 생일은 음력으로 정월대보름 전날입니다. 학창시절 이 시기는 보통 겨울 방학이 끝나고 반이 갈라진 후 봄방학 기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기존 학기중에 생일이라면 성대하게 치루고 아이들과 축구도 하고 놀았겠지만 제 생일이 있는 이시기는 날씨도 춥고 반도 갈라져서 뭔가 어수선한 시기이기에  일년내 다른 친구들 축하만 해주고 정작 제 생일에는 가족들과 간단히 밥먹고 어머니가 특별히 사주시는 중국집 음식으로 생일을 대신했던 나름 억울한 추억이 있기도 합니다. 
 
제가 좀 놀라운 사실은 저는 생일을 요즘 카톡이라는 프로필에 설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또 음력으로 생일을 치루기에 가족들 외에는 사실 생일을 알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저의 음력생일까지 기억해 주셔서 선물도 보내주시고 축하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입니다. 간혹 저의 생일 메세지가 괜한 누군가에게 부담을 줄까봐 어릴적하고 반대로 가족들과 간단히 지나는 행사로 마무리 지을려 했는데 미리 챙겨서 기념해준다고 생각하니 더 특별히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딸아이를 출산하고 생일에 대해서 생각합니다. 하나밖에 없는 저의 딸아이의 출산 과정을 지켜보며 실상은 10달동안 배속에서 태어나 준것도 고맙고 축하해 줄것은 맞지만 진정으로 축하받을 사람은 오래기간 본인의 몸속에서 키워내고 극한의 고통후에 출산한 아내가 진정 축하받을 일이 아닌가하고 생일마다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서 고맙다고는 직접 말씀드리지 않았지만 다른날과 다르게 유달리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생일이란?

나란 존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어머니와 그런 아내를 정성껏 돌보고 지켜냈던 아버지가 같이 축하받는 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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