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일전 오후 부재중 전화가 와 있습니다. 어머니의 전화였습니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낮시간에는 전화를 하시는 일이 거의 없으신데 부재중 전화가 와 있어서 혹시 무슨일이 있으신가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큰 일은 아니고 혹시 예전 어머니가 수술하셨을때 같은 병동 옆자리 그 분을 기억하시냐고 저한테 여쭈어 보셨습니다.
물론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분의 남동생분이 치과 치료를 받고 싶은데 댁이 서울이라 믿을만한 치과를 찾다가 예전 기억에 어머니의 아들이 치과의사인걸 기억하시고 저희 어머니를 통해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치과이름과 제 이름을 그 분에게 건네 주셨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오늘 아침 9시 30분 환자분으로 그 분이 와 계셨습니다. 나이는 저와 비슷했고 같이 오신 어머니 옆자리 환자분의 동생분들을 뵈니 오히려 어머니의 옆자리 환자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으로 부터 6년전 어머니께서는 극심한 허벅지 통증으로 조직검사를 받으셨고 2017년 8월 조직검사 결과 악성 종양으로 나와서 담당 교수님께서 9월 7일로 급하게 수술을 잡으셨습니다. 수술날짜를 기다리시는 동안에 허벅지쪽에 부어오르는 종양때문에 심한 통증은 강한 진통제에 의존하셨고 몸에 느끼는 통증보다 엄습하는 암에 대한 공포는 통증넘어 모든 식구들의 평범한 일상을 집어 삼켰습니다.
그렇게 힘든시간을 거쳐 수술을 끝내셨지만 허벅지에 생긴 희귀암이라 걸으실수 없으셨던 어머니는 대학병원에서 퇴원후 최소한 혼자 걸으실수 있을 정도까지 몇달 동안 암요양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그곳은 암환자만 입원하는 병원으로 나이어린 학생부터 연세가 아주 많으신 분까지 전연령의 암환자분들이 입원해 계셨고 암이 여러 종류인것 처럼 저마다 다른 암의 이름과 병기 개인적인 사정까지 어우러져 많은 분들이 입원해 계셨습니다. 그렇게 다들 아픈 사연들을 가지고 계시기에 어머니의 문병을 가서도 가급적 주위분들에게도 친절하게 인사드렸고 그때 저의 모습이 예의 바르셨는지 한참 세월이 흘렀는데도 기억을 더듬어 어머니를 통해서 또 다른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어머니도 병기가 3기가 넘으셔서 모든 식구들이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보행이 조금 서툴러진 걸 제외하면 2022년 9월 5년간 재발이 없으셔서 서울대학병원에서 집근처인 경북대학 병원으로 전원하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저는 6년전 겪었던 이 일상속의 큰 파도같았던 나날들을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들을 뵈면서 그 때의 어머니의입원 상황과 그 당시의 감정들이 갑자기 솟구쳐 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암이란는 병은 치료도 힘들지만 다시 재발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이 온 식구들을 감싸던 그 시절. 매일 퇴근후 찾아 뵜었던 몇 달간의 일상까지 실상 그리 오랜된 일도 아닌데 많이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기억이란 이렇게 무언가에 가리워져 있거나 살얼음 처럼 여러개의 기억들이 층층히 저장되어 있다가 조그만 자극이나 사건으로도 잊혀졌던 모습들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우연한 환자 가족분과의 만남으로 지금은 많이 회복되신 어머니를 생각하니 천만 다행입니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게 됩니다. 제가 그 당시 그곳에서 느꼈던 건강에 대한 소중함. 아픈사람의 소원은 하나이고 건강한 사람의 소원은 수백가지라는 말들을 떠올리며 모든 사람들이 아프지 않는 그 당연한 소망이 모두들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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