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생각나는 글

주파수(frequency)

서리풀 김박사 2023. 11. 16. 16:36

 
 
제가 미아점을 인수해서 대표원장이 된지가 18개월이 되어가네요. 어떻게 보면 짧은 시간 같지만 실제한 체감보다 상당히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늘 그런것은 아니지만 몇일전 화요일 금요일은 하루종일 환자분이 정말 많았습니다. 병원 일정은 굉장히 바쁘게 돌아가고 조금은 걱정 되었지만 아귀가 잘맞는 톱니바퀴처럼 자기자리에서 굉장히 유연하게 모든 직원이 잘 대처하는 모습을 순간 강하게 느꼈습니다.

평상시에도 이젠 제법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이 날은 유독 그런 느낌이 더 강했던것 같습니다. 직원들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어떤 나라건 사회건 직장이건 자연스럽게 사장이나 대표 그리고 책임자의 생각이나 사상같은 것들이 당연히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마련입니다. 가깝게는 스포츠에서 축구나 농구를 봐도 그렇고 한 나라의 대표가 누구냐에 따라서 질서가 많이 바뀌게 됩니다.

하물며 저희 같은 중소 병원도 마찮가지로 대표원장으로 있는 저의 진료 스타일이나 생각들이 아마도 직원들에게 적지 않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제가 이 병원을 인수했을때는 대표원장인 저만 바뀌었을뿐 모든 것은 그대로였습니다. 직원들도 저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상태이고 저또한 마찮가지이기에 아마도 서로간의 스타일을 궁금해했을 것입니다.

무슨일이든 초반에는 탐색전이듯 저 또한 병원의 전반적인 흐름 직원들의 성향 어떤 일이 있을때 대처방법등 이런 것들을 지켜보는 기간이 꾀 있었습니다. 직원들도 저를 대할때 마찮가지 였을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점점 쌓이고 하루하루 경험에 의존한 본인만의 데이터가 누적되어 대략적인 체계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제가 생각했던 진료 목표를 같이 공유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진료 내용을 다 같이 공유하는 시간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고무적이고 좋았던 점은 실장님을 포함한 대부분의 직원들이 굉장히 긍정적인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떤일을 행함에 있어서 주위분들의 말이나 행동 혹은 감정상태는 누군가가 일을 행함에 있어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특수한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인 저 같은 사람의 경우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어떤 형태로든 받게 됩니다.

저는 사람들하고 대화하거나 만남을 유지하는 경우 가장 경계하는 경우가 부정적인 의견을 항상 내비치는 경우 입니다. 이는 시작도 하기 전에 기운을 빠지게 하기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안된다는 생각보단 오히려 의문의 형태로 더 발전시킬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집단이든 마찮가지로 저희 병원도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모여있는 소규모의 사회 공동체 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지듯이 외부적으로도 다양하게  발산되는 고유의 빛깔이 있습니다. 저는 이 느낌이 사람마다 각기 다른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진동의 횟수가 아주 많은 액티브한 성격의 사람부터 횟수가 적은 조용한 사람까지 다양한 주파수를 가진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생활합니다. 이는 모두가 다양하기에 일정한 패턴을 갖는 것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진료가 시작하면 제가 가진 특정 매질에 반응하는 저만의 주파수로 모든 직원들이 비슷하게 자신의 주파수를 조정합니다. 본인 고유의 주파수를 거스리지 않은채  저의 진료스타일에 맞춘 거대한 주파수에 모두가 들어오는 경험을 합니다. 

오랜시간 힘든 수술을 하는 순간
간단한 발치나 소수술
보철물을 넣는 순간에도
때론 임플란트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사소하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순간
그들은 18개월 동안 익혀진 저의 주파수 영역에 최대한 본인의 진동횟수를 이 순간만큼은 존중하고 순응해줍니다.

이런 순간이 이젠 진료하는 내내 매순간 경험하고 익숙해져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직원이 오더라도 직원 모두가 그런 일정 주파수의 영역을 보여주기에 낯설어 하기보단 굉장히 빠르게 영역을 찾아 들어옵니다. 
 
운전중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특정 영역의 주파수에서 반가운 노래소리는 긴터널을 지나거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면 노래는 노이즈가 혼합되어 불쾌한 잡음이 들어오게 됩니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빨리 긴 터널을 빠져나가는 것과 모든 것이 탁 트여진 넓은 곳으로 가서 주파수가 잘 들어오는 영역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가끔 혼동된 주파수대를 만나면 기다림대신 채널을 바꾸려고 할수  있으니 지금의 터널만 지나가면 다시 아름다운 노래가 나온다는 확신을 직원들에게 계속 심어 주는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우리 모두는 더 넓고 선명한 주파수의 영역대를 모두가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얼마전 실장님과 식사후 들어오면서 제가 이런 농담을 했습니다. 그날이 금요일 이었는데 오전에 직원들을 보다가 돌고래 주파수라는 단어가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돌고래들은 서로들 간의 주파수를 공유하여
집단으로 생활하고 선박을 피하고 먹이를 사냥하며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특정 본인들만의 주파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비슷한 집단으로 박쥐도 똑같은 형태로 생활하고 인간에게도 해충을 잡아먹는등 유익함도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 병원 직원들은 박쥐보단 돌고래가 휠씬 더 어울리기에  병원의 일사불란함을 저는 돌고래 주파수로 이름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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